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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산책을 즐기면서 저도 한동안 메타세쿼이아인 줄 알았던 나무가 사실 전혀 다른 수종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가로수와 공원수로 흔히 볼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지만, 불과 80여 년 전만 해도 화석으로만 존재가 확인된 멸종 나무였습니다. 그 사연부터 가을에 꼭 가봐야 할 명소까지, 제가 직접 걸어보고 느낀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멸종위기였던 나무가 가로수가 되기까지
평소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면서 키 큰 나무들 아래를 걷는 걸 좋아했는데, 어느 날 연못가에서 뿌리가 땅 위로 죽순처럼 뾰족하게 솟아오른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당연히 메타세쿼이아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그건 낙우송이었습니다. 그 뒤로 두 나무를 제대로 구별하고 싶어서 자료를 찾아보다가 메타세쿼이아 자체의 역사가 꽤 드라마틱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는 1941년 일본의 식물학자 미키 시게루가 화석 연구 중에 기존 세쿼이아 속과 형태가 다른 식물 흔적을 발견하고 이름을 붙인 나무입니다. 여기서 '메타(Meta)'란 그리스어로 '~을 넘어서', '~와 유사하지만 다른'이라는 뜻으로, 기존 세쿼이아와 구별되는 새로운 분류임을 나타냅니다. 당시만 해도 화석 속에만 존재하는,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진 나무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중국 후베이성의 모다우치(謨道溪)라는 작은 산골 마을에서 이 나무가 살아있는 채로 발견됩니다. 발견 당시 불과 400그루 남짓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하니, 사실상 멸종 직전의 상태였습니다. 이후 전 세계 식물원에 씨앗이 배포되면서 증식이 이루어졌고, 우리나라에는 1956년 현신규 박사에 의해 처음 들어왔습니다(출처: 산림청). 가로수로 처음 심기기 시작한 것은 1972년의 일입니다.
메타세쿼이아가 가로수로 선택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탄소흡수력(carbon sequestration)입니다. 탄소흡수력이란 나무가 광합성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메타세쿼이아는 일반 가로수 대비 약 2배 수준의 흡수량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곧게 뻗어 올라가는 수형(樹形) 특성 때문에 전신주와 충돌하거나 도로 경계석을 밀어내는 문제가 생기면서, 지금은 공원이나 휴양림 위주로 식재되는 추세입니다.
- 1941년 화석에서 처음 명명 — 이미 멸종된 나무로 분류
- 비슷한 시기 중국 산골에서 살아있는 개체 발견, 당시 약 400그루
- 1956년 한국 도입, 1972년부터 가로수로 식재 시작
- 이산화탄소 흡수량 일반 가로수의 약 2배 — 도심 식재의 주요 이유
- 현재는 공원·휴양림 중심으로 식재 전환
장태산 자연휴양림 — 6,300그루가 만드는 가을
제가 처음 장태산 자연휴양림을 찾은 건 단풍 시즌이 막 시작되던 10월 하순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풍 하면 붉은 활엽수만 떠올렸는데, 침엽수처럼 보이는 메타세쿼이아가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는 광경은 전혀 다른 종류의 감동이었습니다.
장태산에는 6,300여 그루의 메타세쿼이아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10월 말에서 11월 초, 이 나무들이 일제히 붉고 주황빛으로 물드는 시기에 방문 인파가 가장 몰립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은 출렁다리가 내려다보이는 바위 전망대입니다. 이곳은 출렁다리 전망대 바로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데, 평일에도 줄이 전망대 위쪽까지 길게 이어질 만큼 SNS에서 이미 유명세를 탄 곳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포토존 아래 펼쳐진 출렁다리는 2019년에 완공된 140m짜리 현수교(suspension bridge)입니다. 현수교란 양쪽 주탑에서 케이블을 내려 다리 상판을 지탱하는 방식의 교량을 말하는데, 걷는 사람의 하중에 따라 진동이 느껴져 '출렁다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다리가 완공된 2019년 이후부터 장태산이 본격적인 SNS 사진 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연만 있을 때보다 인공 구조물이 더해지면서 오히려 풍경이 풍부해졌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스카이웨이(skyway)로 이어집니다. 스카이웨이란 숲 속 나무들 사이 허공에 설치된 데크 통로를 말하는데, 이 길을 걸으면 키 35m까지 자라는 메타세쿼이아를 눈높이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숲 속 어드벤처 스카이웨이 끝에는 육각형 구조의 스카이타워가 있습니다. 아파트 7층 높이에 해당하는 이 전망대 꼭대기에서는 메타세쿼이아 수관(樹冠) — 즉 나무 꼭대기의 가지와 잎이 모여 만들어진 부분 — 과 거의 같은 눈높이에서 숲 전체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이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출렁다리 포토존보다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청남대와 담양 — 메타세쿼이아 명소 두 곳 비교
장태산을 다녀온 이후로 메타세쿼이아 숲에 눈이 트였는지, 그 이듬해 가을에는 청남대와 담양까지 찾아가 봤습니다. 두 곳의 분위기가 꽤 달라서, 제 경험상 이건 좀 비교해볼 만합니다.
청남대(靑南臺)는 대청호반에 자리 잡은 곳으로,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1983년부터 2003년까지 대한민국 대통령 공식 별장으로 사용되었으며, 이후 일반에 개방되었습니다(출처: 충청남도). 메타세쿼이아 숲 자체의 규모는 장태산보다 작지만, 잘 조성된 데크길과 호수 풍경이 어우러져 아담하면서도 격조 있는 느낌이 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오전 이른 시간이었는데, 안개가 살짝 깔린 대청호와 주황빛 메타세쿼이아가 겹쳐 보이는 장면은 꽤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순창에서 담양으로 이어지는 8.5km 구간에 1970년대 초반부터 조성된 가로수길로, 차도 양옆으로 메타세쿼이아가 터널을 이루고 있습니다. 수령(樹齡) — 나무의 나이를 뜻하는 말 — 이 50년을 넘긴 나무들이 하늘을 빽빽하게 덮어, 길 위에 서면 마치 거대한 초록 또는 주황 터널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장태산이 '숲 체험'이라면 담양은 '길 위의 산책'에 가까운 곳입니다.
메타세쿼이아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낙우송(落羽松)과 헷갈릴 수 있다는 점도 짚어두고 싶습니다. 낙우송이란 습지에서 자라는 나무로, 메타세쿼이아와 외관이 비슷하지만 공기뿌리(기근, 氣根) — 뿌리가 산소 공급을 위해 지상으로 솟아오른 형태 — 가 생기고, 잎이 가지에 어긋나게 달리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메타세쿼이아는 잎이 마주나기로 달립니다. 저도 공원 연못가에서 처음 낙우송을 발견했을 때 메타세쿼이아인 줄로만 알았는데, 직접 비교해 보고 나서야 확연히 다른 나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장태산 자연휴양림 단풍 절정 시기가 언제인가요?
A. 메타세쿼이아는 일반 활엽수 단풍보다 조금 늦게 드는 편입니다. 충북 대전 기준으로 10월 하순에서 11월 초순 사이가 주황빛이 가장 짙어지는 시기입니다. 제가 방문한 10월 25일 전후가 색이 가장 예뻤고, 11월 중순을 넘어가면 낙엽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Q. 메타세쿼이아랑 낙우송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A.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잎의 배열을 확인하는 겁니다. 메타세쿼이아는 잎이 가지 양쪽에 마주나기로 달리고, 낙우송은 어긋나기로 달립니다. 연못이나 습지 근처에서 뿌리가 땅 위로 뾰족하게 솟아 있다면 낙우송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건조한 지역의 어린 낙우송은 공기뿌리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잎 배열로 먼저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Q. 장태산 출렁다리 포토존은 줄이 얼마나 긴가요?
A. 단풍 절정 시즌 평일 기준으로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평일 오전 10시쯤 도착했는데도 전망대 위까지 줄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인파를 피하려면 주말보다는 평일 이른 아침을 노리는 게 현실적입니다.
Q. 청남대는 메타세쿼이아만 보러 가도 의미 있나요?
A. 메타세쿼이아 숲 규모 자체는 장태산이나 담양보다 작습니다. 하지만 대청호반 풍경과 구 대통령 별장 시설을 함께 둘러볼 수 있어서, 숲만 목적으로 가기보다 청남대 전체를 천천히 걸어보는 코스로 잡는 편이 훨씬 만족도가 높습니다. 제 경우엔 오전 시간 2~3시간 여유를 두고 갔더니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결론
메타세쿼이아는 멸종 직전까지 갔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그 자체로 꽤 극적인 역사를 가진 나무입니다. 지금 우리가 가을마다 그 아름다운 주황빛 터널 아래를 걷는 일이 사실은 아주 아슬아슬하게 가능해진 일이라는 걸 알고 나서부터, 이 나무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장태산은 출렁다리와 스카이웨이까지 갖춰 가을 당일치기 코스로 손색이 없고, 청남대는 호수 풍경과 함께 여유롭게 걷기 좋은 곳입니다. 담양은 8.5km 수령 50년 가로수 터널이라는 규모 자체가 압도적입니다. 세 곳 모두 10월 하순에서 11월 초가 절정이니, 올가을 일정을 잡아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산책 중 연못가에서 뿌리가 솟아오른 나무를 발견하면, 낙우송인지 메타세쿼이아인지 잎 배열을 한번 확인해보시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