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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청풍호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풍호 사진
제천 청풍호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풍호 사진

 

 

주말마다 어디 갈지 고민하다가 결국 늘 가던 데만 가게 되는 분, 저도 딱 그랬습니다. 그러다 문득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걸렸고, 충청북도 제천으로 무작정 떠났습니다. 삼한시대 저수지부터 222m짜리 출렁다리, 암벽 아래 숨어 있는 고즈넉한 사찰까지 — 하루 만에 이렇게 다채로운 결을 가진 도시가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의림지와 비룡담저수지 — 물 위에서 만난 천년의 시간

 

 

제천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의림지였습니다. 사실 '저수지 구경'이라고 하면 좀 밋밋하게 들릴 수 있는데, 막상 가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의림지는 명승 제20호로 지정된 곳으로, 김제 벽골제·밀양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고대 저수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정확한 조성 연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삼한시대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쉽게 말해 최소 2,0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물웅덩이 앞에 제가 서 있었던 겁니다. 그걸 깨닫는 순간 묘한 감각이 밀려왔습니다.

제방 위로는 수백 년 수령의 소나무와 버드나무가 늘어서 있었고, 그 사이로 걷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압권은 '용추폭포'였습니다. 30m 아래로 쏟아지는 물줄기를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데,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폭포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게 제맛이라고들 하는데, 제 경험상 이곳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도 충분히 강렬합니다. 다만 폭포 하단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가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의림지에서 북쪽으로 1.3km만 이동하면 비룡담저수지가 나옵니다. 이곳이 최근 SNS에서 입소문이 난 건 '마법의 성'처럼 생긴 새하얀 조형물 때문입니다. 수면에 그 조형물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셔터를 연속으로 눌렀습니다. 호숫가 데크길을 따라가면 '제천 의림지 한방 치유 숲길'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국가에서 선정한 명품 숲길 20선(출처: 산림청)에 포함된 길입니다. 물안개길(2.35km)과 솔향기길(5.19km) 중 그날 컨디션에 맞게 고를 수 있어서, 제가 택한 물안개길은 무릎 부담 없이 딱 좋은 강도였습니다.

요약: 삼한시대부터 이어진 의림지의 용추폭포와 SNS 명소 비룡담저수지는 반나절 코스로 함께 묶기에 최적입니다.

 

청풍호 모노레일과 청풍문화재단지 — 비경과 역사 사이

청풍호관광모노레일을 타기 전, 솔직히 '관광 모노레일쯤이야'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경사 45도 구간에서 거의 누운 채로 올라가는 순간, 그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모노레일은 청풍면 도곡리 하부정거장에서 해발 531m의 비봉산 정상까지 편도 약 25분 운행합니다. 속도는 빠르지 않은데, 그게 오히려 장점입니다. 청풍호반의 경관을 천천히 눈에 담을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정상 전망대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막힘 없이 트인 풍경이 펼쳐지는데, 제가 직접 서보니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컸습니다.

비봉산 전망대에 오르는 또 다른 선택지는 청풍호반케이블카입니다. 청풍면 물태리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2.3km 구간을 편도 약 9분에 주파합니다. 케이블카(cable car)란 공중에 고정된 와이어를 따라 곤돌라가 이동하는 방식으로, 모노레일보다 시야가 훨씬 개방적입니다. 스릴과 숲 체험을 원하면 모노레일, 조금 더 여유롭고 탁 트인 감상을 원하면 케이블카가 맞습니다. 제 경우엔 오를 때 모노레일, 내려올 때 케이블카를 이용했는데 두 가지를 비교하며 즐길 수 있어서 나름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청풍호는 1985년에 완공된 충주댐으로 생겨난 인공 호수입니다. 수몰(水沒)이란 댐 건설로 인해 기존 지역이 물속에 잠기는 것을 뜻하는데, 당시 약 4만여 명의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청풍문화재단지는 그 수몰지구의 문화재와 생활유물 2천여 점을 원형 이전 복원한 공간입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한벽루(보물 제528호)는 밀양 영남루, 남원 광한루와 함께 남한의 3대 누각으로 꼽히는 건물입니다. 구경하다 보면 '여기가 관광지인지 역사 교과서인지' 헷갈릴 정도로 볼거리가 촘촘했습니다.

  • 모노레일: 경사 45도 체험·숲 속 이동감 강조, 편도 약 25분
  • 케이블카: 개방적 시야·여유로운 이동, 편도 약 9분(2.3km)
  • 청풍문화재단지: 보물 2점 포함 2천여 점 유물 전시, 한벽루 필수 관람
요약: 모노레일과 케이블카는 취향에 따라 조합하고, 청풍문화재단지에서 수몰의 역사를 함께 살펴보면 청풍호 코스가 훨씬 깊어집니다.

 

옥순봉 출렁다리 — 222m를 건너는 동안 느낀 것

출렁다리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막상 발을 딛고 나서 흔들림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난간을 잡게 됩니다. 옥순봉 출렁다리가 딱 그랬습니다.

옥순봉 출렁다리는 2021년 10월 개장했습니다. 너비 1.5m, 길이 222m의 현수교(懸數橋)로, 청풍호 수면을 가로질러 설치되어 있습니다. 현수교란 양쪽 기둥에 케이블을 걸고 그 케이블에서 바닥판을 매달아 지탱하는 교량 방식으로, 구조 특성상 걷는 사람의 발걸음에 반응해 다리 자체가 흔들립니다. 옥순봉 출렁다리는 흔들림이 꽤 심한 편이라, 제가 건너는 내내 속도를 늦추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옥순봉(玉筍峰)은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한 봉우리로 대한민국 명승 제48호로 지정된 곳입니다(출처: 문화재청). 명승(名勝)이란 경치가 뛰어나 국가에서 문화재로 지정 보호하는 자연경관을 뜻합니다. 그 이름값을 다리 위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청풍호 수면 위에서 바라보는 옥순봉의 수직 암벽은 시선을 그냥 못 내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944m의 생태탐방로가 이어지고, 가볍게 걸어 벌말마을 입구까지 다녀올 수 있습니다. 왕복 기준으로 여유롭게 한 시간 안에 마칠 수 있는 코스라서, 격한 산행 없이도 옥순봉의 풍경을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탐방로 상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운동화로도 무난했습니다.

요약: 옥순봉 출렁다리는 명승 제48호의 절경을 청풍호 수면 위에서 체감할 수 있는 코스로, 왕복 1시간 내외의 생태탐방로까지 묶으면 알차게 즐길 수 있습니다.

 

무암사와 남근석 — 가파른 길 끝에 만난 별천지

무암사 얘기를 꺼내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게 오히려 이 사찰의 매력입니다.

제천시 금성면 성내리에서 무암계곡을 끼고 난 좁은 포장도로를 따라 1km 정도 올라가면 무암사가 나타납니다. 진입로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습니다. 제가 직접 운전해 봤는데, 초보 운전자라면 진입 전 반드시 회차 공간을 확인하고 들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가능하면 입구 쪽 공터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가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사찰 계단 앞에는 거대한 바위가 있고, 그 아래에 굴법당이 있습니다. 굴법당(窟法堂)이란 자연 암굴을 법당으로 활용하는 불교 건축 양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산세가 가파른 곳에 드물게 남아 있습니다. 무암사의 굴법당 안으로 들어가면 부처님의 손과 얼굴 형상을 닮은 바위가 보이는데, 처음엔 그냥 바위처럼 보이다가 한참 보고 있으면 윤곽이 선명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제 경우엔 손 모양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위틈 안으로 들어가면 혼자 기도할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나옵니다.

무암사는 조선시대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사찰 지붕 망와에서 조선 영조 16년(1740년)에 중창했다는 기록이 확인됩니다. 요사채 뒤쪽으로 솟은 작성산(鵲城山) 암벽과 전각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 같았습니다.

무암사 표지석 앞에서 600m 거리에는 동산 남근석(男根石)이 있습니다. 남근석이란 남성 생식기를 닮은 자연 암석으로, 전통적으로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신앙 대상이었습니다. 동산의 남근석은 크기와 형태 모두 균형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보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쌓아 붙인 것처럼 정교한 인상을 줍니다. 다만 이 등산로는 계곡을 건넌 뒤 상당히 가파른 비탈길이 이어집니다. 산행 경험이 부족하다면 등산화와 스틱을 챙기는 것을 권합니다. 제가 일반 운동화로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꽤 고생했습니다.

요약: 무암사는 굴법당과 암벽 풍경이 압도적인 숨은 명소지만, 좁은 진입로와 남근석 등산로의 가파른 경사를 사전에 파악하고 가야 낭패를 피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천 여행 하루 코스로 다 돌 수 있나요?

A. 의림지·비룡담저수지·청풍호 모노레일·청풍문화재단지·옥순봉 출렁다리·무암사를 하루에 모두 보려면 이동 시간 포함 꽤 빡빡합니다. 제가 다녀보니 욕심을 버리고 지역별로 2~3곳씩 묶어 1박 2일로 잡는 게 훨씬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당일 방문이라면 의림지·비룡담저수지·모노레일 코스나 청풍호·옥순봉·무암사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Q. 청풍호 모노레일이랑 케이블카 중 뭐가 더 좋아요?

A. 경험의 성격이 달라서 어느 쪽이 낫다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경사 45도의 스릴과 숲 속 이동감을 원한다면 모노레일(편도 약 25분), 탁 트인 시야와 편안한 이동을 원한다면 케이블카(편도 약 9분)가 맞습니다. 시간 여유가 된다면 오를 때와 내려올 때를 달리해서 둘 다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Q. 무암사 주차는 어디에 하나요?

A. 무암사 진입로는 차 한 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좁습니다. 제가 직접 운전해본 결과, 사찰 입구 바로 앞까지 차를 가져가기보다 무암사 표지석 근처 공터에 주차하고 나머지 구간을 걸어 올라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초보 운전자라면 회차 공간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Q. 옥순봉 출렁다리 고소공포증 있어도 건널 수 있나요?

A. 흔들림이 꽤 있는 편입니다.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흔들리는 구조물에 민감하다면 발걸음을 천천히 맞추고 중간에 멈춰 호흡을 고르는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다리 너비가 1.5m로 비교적 넉넉해서 좌우 공간은 충분하고, 제가 본 바로는 안전 난간이 잘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결론

제천을 다녀오기 전까지, 충청북도 여행지라고 하면 막연하게 '조용한 곳'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삼한시대 저수지 의림지부터 수몰지구의 역사를 간직한 청풍문화재단지, 명승으로 지정된 옥순봉, 암굴 법당이 있는 무암사까지 — 자연과 역사와 문화가 이렇게 촘촘하게 엮인 도시가 가까이 있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무암사 진입로와 남근석 등산로처럼 사전 정보 없이 갔다가 당황할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동 동선과 주차·체력 여건을 미리 점검하고 간다면, 제천 여행의 만족도는 기대치를 훌쩍 넘을 것입니다. 저는 다음번엔 1박으로 잡아 솔향기길(5.19km)까지 제대로 걸어볼 생각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kh0ivnOR9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