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막바지로 치닫는 11월 초, 제가 찾아간 곳은 경북 청송의 주왕산이었습니다.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암산으로 꼽히는 곳인데, 직접 발을 디딘 순간 "왜 이 산이 매년 가을마다 사람들을 끌어당기는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주왕산 국립공원의 주왕계곡 코스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주산지를 이어서 둘러본 하루, 그 기억을 정리해 봤습니다.기암절벽이 병풍처럼 — 주왕산은 어떤 산인가주왕산 입구에 있는 대전사 경내에 들어서는 순간, 사찰 뒤로 우뚝 솟은 '기암'의 위용에 저도 모르게 걸음이 멈췄습니다. 일곱 개의 암봉이 나란히 솟아 있는 모습이 꼭 '뫼 산(山)' 자를 빼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게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습니다.기암은 원래 하나의 거대한 바위였습니다. 수직 주상절리(柱狀節..
공원 산책을 즐기면서 저도 한동안 메타세쿼이아인 줄 알았던 나무가 사실 전혀 다른 수종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가로수와 공원수로 흔히 볼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지만, 불과 80여 년 전만 해도 화석으로만 존재가 확인된 멸종 나무였습니다. 그 사연부터 가을에 꼭 가봐야 할 명소까지, 제가 직접 걸어보고 느낀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멸종위기였던 나무가 가로수가 되기까지평소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면서 키 큰 나무들 아래를 걷는 걸 좋아했는데, 어느 날 연못가에서 뿌리가 땅 위로 죽순처럼 뾰족하게 솟아오른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당연히 메타세쿼이아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그건 낙우송이었습니다. 그 뒤로 두 나무를 제대로 구별하고 싶어서 자료를 찾아보다가 메타세쿼이아 자체의 역사가 꽤 드라마틱하다는..
단풍철 설악산은 '어떻게 즐겨야 제대로 본 건가'라는 질문부터 시작됩니다. 저도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등산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무릎이 영 불편해도, 설악산의 절경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같으니까요. 직접 다녀온 뒤 확신했습니다. 권금성 케이블카에서 시작해 비선대 탐방로를 걷고 신흥사로 마무리하는 이 코스, 체력 부담 없이 설악의 가을을 가장 밀도 있게 담아내는 루트입니다.권금성 케이블카, 두 시간 기다릴 가치가 있는가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케이블카 탑승장 앞에 줄이 저렇게 길게 늘어서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단풍 절정 주말 기준으로 평균 대기 시간이 두 시간을 훌쩍 넘습니다. 케이블카 운행 자체가 당일 현장 구매만 가능하고 사전 예약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