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어디라도 훌쩍 떠나고 싶은데 막상 검색창 앞에서 손이 멈춰버린 경험, 저도 꽤 많습니다. 그러다 이번엔 방향을 아예 최남단으로 잡았습니다. 한반도의 땅이 끝나는 곳, 전라남도 해남. 달마산 벼랑 끝 도솔암부터 유네스코 세계유산 대흥사, 땅끝마을 전망대, 울돌목 명량해협, 그리고 미황사까지 — 하루 동선으로 묶기엔 욕심스럽지만, 실제로 다녀와보니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았습니다. 역사와 자연이 이 정도로 촘촘하게 배치된 지역은 제가 다녀본 국내 여행지 중에서도 손에 꼽힙니다.달마산 도솔암 — 벼랑 끝 바위틈에 걸린 암자해남 여행의 첫 목적지로 도솔암을 선택한 건 솔직히 반신반의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벼랑 끝 암자'라는 표현이 과장처럼 들렸거든요. 그런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800m 남짓한 탐방로를 ..
주말마다 어디 갈지 고민하다가 결국 늘 가던 데만 가게 되는 분, 저도 딱 그랬습니다. 그러다 문득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걸렸고, 충청북도 제천으로 무작정 떠났습니다. 삼한시대 저수지부터 222m짜리 출렁다리, 암벽 아래 숨어 있는 고즈넉한 사찰까지 — 하루 만에 이렇게 다채로운 결을 가진 도시가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의림지와 비룡담저수지 — 물 위에서 만난 천년의 시간 제천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의림지였습니다. 사실 '저수지 구경'이라고 하면 좀 밋밋하게 들릴 수 있는데, 막상 가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의림지는 명승 제20호로 지정된 곳으로, 김제 벽골제·밀양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고대 저수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정확한 조성 연..
솔직히 저는 하동을 섬진강과 재첩국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가을 단풍이면 내장산, 꽃이면 제주도를 먼저 떠올렸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악양면 평사리 들판에 발을 딛는 순간, 제가 얼마나 좁은 시야로 가을을 보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동정호의 핑크뮬리부터 북천 코스모스, 정금차밭 전망대까지, 하동은 가을 풍경 하나로도 하루를 꽉 채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평사리 들녘과 동정호 — 황금 들판을 제대로 보는 방법동정호(東亭湖)는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 위치한 소규모 호수입니다. 규모만 보면 "이게 다야?" 싶을 수 있는데,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호수 한가운데 작은 섬 위로 핑크뮬리(Muhlenbergia capillaris)가 가득 피어 있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핑크뮬리란 억..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순천을 '그냥 순천만 있는 도시' 정도로만 알고 갔다가, 천년 고찰 두 곳과 조선시대 읍성까지 하루에 다 돌고 나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가 이 정도로 촘촘하게 겹쳐 있는 도시는 제가 다녀본 국내 여행지 중에서도 손에 꼽힙니다.낙안읍성 — 1,410m 성벽 안에서 조선 서민과 마주치다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낙안읍성은 사진으로 보던 것과 분위기가 꽤 달랐습니다. 성벽 길이가 약 1,410m에 이르는 이 읍성은 그냥 복원해 놓은 야외 박물관이 아닙니다. 성 안에 지금도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서, 초가지붕 아래 빨래가 널려 있고 마당에서 할머니가 고추를 다듬고 계셨습니다. 그 장면이 어떤 안내판보다 조선 서민의 생활상을 훨씬 생생하게 전달해 줬습..
가을 여행지를 고르다가 "어디 가면 드라이브도 되고, 걷기도 되고, 전망대도 있어?" 하고 검색하다 결국 단양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소백산 자락과 남한강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곳, 막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다녀오고 나서야 왜 이곳이 가을마다 사람들로 넘치는지 실감했습니다.잔도 트레킹 — 발밑이 강물인 그 아찔함단양 여행의 첫 번째 선택지로 '단양강 잔도'를 골랐습니다. 처음엔 "그냥 데크 길 아닌가" 하고 가볍게 봤는데, 실제로 걷다 보니 완전히 다른 얘기였습니다.잔도(棧道)란 절벽이나 험준한 지형에 선반처럼 매달아 만든 길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암벽에 볼트를 박아 공중에 띄워 놓은 통로인데, 발아래가 허공이고 그 아래가 강물입니다. 단양강 잔도는 2017년 9월 개장했으며 총길이 1.2km..
제주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치안 문제에 바가지요금 논란까지 겹치면서 막상 떠나려면 머뭇거리게 되는 게 요즘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딸이 왕복 7만 원짜리 항공권을 덜컥 끊어버리는 바람에, 부모 입장에서 직접 안전하고 알찬 코스를 처음부터 다시 짜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해 봤습니다.제주 치안 논란, 그래도 가야 하나제주도에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무조건 막기보다 어떻게 가느냐의 문제라고 봤습니다. 사실 치안이나 안전 문제는 제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국내 여느 관광지에서도 부주의하면 생길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니까요.다만 최근 제주도를 둘러싼 부정적 인식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과도한 요금 청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