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도 진입에는 신분증이 필수입니다.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이라 교동대교 입구에 검문소가 설치돼 있고, 일행 중 한 명이라도 신분증을 빠뜨리면 그 자리에서 발길을 돌려야 합니다. 제가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는데, 막상 통과하고 나니 그 긴장감이 오히려 여행의 시작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연꽃·해바라기·칠면초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시기를 맞춰 강화 3도(강화도·교동도·석모도)를 1박 2일로 다녀온 기록입니다.교동도 화개정원과 대룡시장 — 자연과 역사가 겹치는 섬고구저수지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잠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연꽃 군락지(蓮花群落地)란 넓은 수면 위에 연꽃이 무리 지어 피어난 지대를 가리키는데, 고구저수지의 그것은 꽃송이 크기나 색감 면에서 전국 여러 곳을 다..
솔직히 처음엔 '8.4km면 좀 뻐근하게 걷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걸어보니 완전히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충북 영동의 월류봉 둘레길은 금강을 끼고 수직 절벽 옆을 지나는 드라마틱한 풍경 속에서도 걷기가 놀랍도록 편안한 코스입니다. 코스 내내 데크길과 무장애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등산화 없이 운동화만 신고 와도 전혀 부담이 없었습니다. 다만 반환점인 반야사에서 원류봉 광장으로 돌아오는 교통편 문제는 아직 미완성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데크길의 완성도, 직접 걸어보니 달랐습니다일반적으로 강변 데크길이라고 하면 관광지 분위기의 단순한 산책로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월류봉 둘레길의 데크길은 그 개념 자체가 달랐습니다. 수직 절벽 바로 옆으로, 계곡 수면 위로 기둥을 박아 공중에 띄운 구조물 위를 실..
솔직히 고창은 그냥 보리밭이나 있는 시골이겠거니 하고 큰 기대 없이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맹종죽림(孟宗竹林)과 끝없이 이어지는 보리밭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 그 생각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고창은 청정 자연과 역사 문화재, 최신 미디어아트 전시까지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고창읍성 — 성벽 위에서 조선시대를 걷다고창읍성을 처음 찾은 건 오전 이른 시간이었는데, 정문인 공북루(拱北樓)에서 태극 문양의 용고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을 보자마자 카메라부터 들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웅장했습니다.고창읍성은 조선 단종 때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성곽으로, 모양성(牟陽城)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립니다. 우리나라 3대 성 중 하나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동해 여행이라면 강릉이나 속초를 먼저 떠올렸던 저였는데, 삼척에서 마주한 바다는 그 두 곳과 결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해안생태탐방로(海岸生態探訪路)부터 해상케이블카까지, 자연과 역사가 한 번에 얽혀 있는 삼척의 여행지 8곳을 직접 돌아보며 느낀 것들을 기록해 둡니다.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 53년 만에 열린 길제가 삼척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눈길이 간 곳이 바로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였습니다. 이름이 다소 길고 생소해서 큰 기대 없이 찾아갔는데, 막상 걷기 시작하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덕봉산은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일반인 출입이 전면 금지되었던 곳입니다. 무려 53년이 지난 2021년에야 개방되었으니, 그 세월 동안 사람..
공원 산책을 즐기면서 저도 한동안 메타세쿼이아인 줄 알았던 나무가 사실 전혀 다른 수종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가로수와 공원수로 흔히 볼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지만, 불과 80여 년 전만 해도 화석으로만 존재가 확인된 멸종 나무였습니다. 그 사연부터 가을에 꼭 가봐야 할 명소까지, 제가 직접 걸어보고 느낀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멸종위기였던 나무가 가로수가 되기까지평소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면서 키 큰 나무들 아래를 걷는 걸 좋아했는데, 어느 날 연못가에서 뿌리가 땅 위로 죽순처럼 뾰족하게 솟아오른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당연히 메타세쿼이아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그건 낙우송이었습니다. 그 뒤로 두 나무를 제대로 구별하고 싶어서 자료를 찾아보다가 메타세쿼이아 자체의 역사가 꽤 드라마틱하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人工林)이 경남 함양에 있습니다. 무려 1,100년 전, 신라 최치원 선생이 직접 조성한 상림숲이 그 주인공입니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 오랜 세월을 견딘 숲이 지금도 산책로로 쓰인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직접 가봤습니다.천년의숲, 1,100년 인공림의 실체함양 상림공원은 신라 진성여왕 때 이 지역 태수였던 고운 최치원 선생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위천(渭川) 둑을 따라 조성한 호안림(護岸林)에서 시작됐습니다. 여기서 호안림이란 강이나 하천의 범람으로부터 마을과 농경지를 보호하기 위해 제방 주변에 인위적으로 심은 숲을 말합니다.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조경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치수(治水) 목적으로 만들어진 숲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