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민둥산 정상부 20만 평이 전부 억새 군락지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실감이 안 났는데, 직접 올라서는 순간 그 광활함이 단번에 이해됐습니다. 억새만 보고 끝나는 산이 아니라, 석회암 지형이 만들어낸 '돌리네'까지 품고 있어 가을 산행지로서의 깊이가 남다릅니다.민둥산, 이름처럼 만만한 산이 아닙니다민둥산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딘가 평범하고 쉬운 산처럼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증산초등학교 앞 들머리에서 발을 내딛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이 산,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7부 능선까지 이어지는 울창한 숲 구간은 경사가 꽤 가파릅니다. 거북이 쉼터를 지나 정상을 향해 오르는 내내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가볍게 즐기는 가을 산행'이라는 말이 ..
단풍철 설악산은 '어떻게 즐겨야 제대로 본 건가'라는 질문부터 시작됩니다. 저도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등산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무릎이 영 불편해도, 설악산의 절경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같으니까요. 직접 다녀온 뒤 확신했습니다. 권금성 케이블카에서 시작해 비선대 탐방로를 걷고 신흥사로 마무리하는 이 코스, 체력 부담 없이 설악의 가을을 가장 밀도 있게 담아내는 루트입니다.권금성 케이블카, 두 시간 기다릴 가치가 있는가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케이블카 탑승장 앞에 줄이 저렇게 길게 늘어서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단풍 절정 주말 기준으로 평균 대기 시간이 두 시간을 훌쩍 넘습니다. 케이블카 운행 자체가 당일 현장 구매만 가능하고 사전 예약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줄..
솔직히 저는 불국사를 '수학여행 코스'쯤으로 가볍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십 년 만에 다시 찾은 비 오는 날,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50곳 중 하나인 경주 불국사는, 세월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신라의 숨결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습니다.이십 년 만에 다시 선 자하문 앞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처음 불국사를 밟았을 때, 제가 느낀 건 막연한 '웅장함'이었습니다. 돌로 저게 가능하다고? 하는 감탄이었죠. 그런데 그때는 뭘 보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냥 따라다녔던 것 같습니다.이번엔 달랐습니다. 자하문 아래에 서서 청운교와 백운교를 올려다봤을 때, 제 발이 그냥 멈춰버렸습니다. 청운교·백운교는 국보 제23호로 지정된 계단형 다리인데, 위쪽의 청운교와 아래쪽의 백..
솔직히 저는 다랭이마을을 그냥 '계단 모양 논 있는 시골 마을'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50곳 중 하나라는 말도 반신반의했고요. 그런데 막상 봄이 막 시작될 무렵 직접 찾아가 보니, 그 첫인상은 제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108개 층층 계단처럼 이어진 680여 개의 논배미 너머로 남해 바다가 펼쳐지는 장면은,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규모였습니다.척박한 비탈이 명승이 된 사연 — 다랭이마을의 배경다랭이마을이 자리한 곳은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입니다. 응봉산과 설흘산을 등지고, 45도 급경사 비탈이 곧장 바다로 떨어지는 지형이죠. 보통 이런 땅이라면 농사를 포기할 만도 한데, 이곳 선조들은 달랐습니다. 산비탈을 한 뼘씩 깎아 석축(石築)을 쌓았습니..
솔직히 저는 대둔산이 이 정도일 줄 몰랐습니다. 단풍 명소라고 하니 그냥 걷기 좋은 산이겠거니 가볍게 생각했는데, 막상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순간 그 생각은 바로 접었습니다. CNN Travel이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에 선정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거대한 기암괴석과 불타는 단풍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풍경은, 제가 그동안 가봤던 가을 산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케이블카로 오른 대둔산, 기대보다 훨씬 압도적이었습니다대둔산 하면 '가을 단풍 산'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저도 그 정도로만 알고 갔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케이블카는 그냥 이동 수단이라고 여기는 분들도 있는데, 대둔산에서는 그 탑승 6분 자체가 하나의 전망대 체험이..
솔직히 처음엔 "철길을 산책로로 바꾼 게 얼마나 특별하겠어"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걸어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해운대 그린레일웨이는 동해남부선 폐선 구간, 즉 운행이 중단된 옛 철도 시설을 친환경 산책로로 탈바꿈시킨 코스로, 미포에서 송정까지 4.8km를 해안선에 바짝 붙어 걷게 됩니다. 바다 절경과 옛 기차역의 향수, 거기에 현대적인 액티비티까지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코스였습니다.옛 철길이 산책로가 되기까지 — 송정역과 구덕포저는 송정 방향에서 출발해 미포 쪽으로 걷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출발지인 송정 정거장은 기존 역사(驛舍) 건물을 그대로 살려 쓰고 있어서, 도착하자마자 묘하게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여기서 역사(驛舍)란 승객이 열차를 타고 내리는 건물 전체를 ..
